2008. 1. 4.

짧은 답글

학부모님. 어린학생 외국유학 보내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왜 정부만 욕하라고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학부모님의 주장은 정부가 우등생을 열등생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우등생 키워 줄 선진국 대학에 우등생을 보내겠다. 입니다.

학부모님 말씀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인재로 키워낼만한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잘 못 짚으셨습니다. 학교에서 우등생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대입자율화를 시행하지 않아서다? 사교육과 같은 교육방식이 아니라서?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우리학교는 학생들이 방학전에 정석과 성문을 마치고 들어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성문을 달달 외우고 정석문제를 풀어왔습니다. 학교진도는 1학기에 한 학년을 마치고 2학기에 2학년 진도를 끝낸뒤 2학년에는 3학년 진도를 마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는? 반복입니다. 우등생 만들기 교육은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해야 명문대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고등학교시절을 돌아볼 때 제가 제일 아쉬운게 이런 교육을 받는데 내 시간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온갖 상상에서 뛰어놀 시기에 단순암기를 반복했습니다. 홀로 생각하는 시간,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학습, 글을 발표하는 기회는 모두 입시라는 벽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사회봉사를 하고, 취미로 악기를 배울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자라나는 학생을 위해 해야할 교육입니까?

고등학교 수업은 수학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논리학을 공부하며, 역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국어문제풀려고 시를 외우지 않고 시를 느끼며 소설을 써보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교육이 창조적 인재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고교비평준화, 등급제, 본고사부활은 창조적 인재를 만들지 못합니다. 입시기계만 양산할 뿐이죠.

물론 평준화가 이러한 것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평준화가 되더라도 대학교입시체제가 지금처럼 존속되면 바보만들기 교육은 지속됩니다. 이번 입시에 적용된 논술고사는 생각의 깊이를 판단하는 시험입니다. 논술학원에서 첨삭지도를 받는다고 생각의 깊이와 폭이 변하는게 아닙니다. 글쓰기는 고등학교에서 간단히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학생은 책을 읽어 생각을 키우고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현실과 접목시킬 때 좋은 논술을 쓸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논술은 창조적 인재를 키워내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에게 바람직한 교육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수행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명박씨가 만들겠다는 몇백개의 특목고에 투입될 예산을 전국의 고등학교에 골고루 배분시켜 바람직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부모님, 자녀를 외국에 보낼 여건이 된다면 보내세요. 외국어를 하나 더 하고, 타문화권에서 학습하는 것은 분명 좋습니다. 하지만 정부탓하면서 보내지 마세요.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이렇게 된 것은 대학서열 만들어 놓은 어른들 때문이기도 해요. 그들이 경쟁으로 내몰아서 바보들만 생산해 내놓고 있으니 그들을 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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